1. 커피는 어떻게 자라나요? 커피 벼 재배의 시작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커피 한 잔에는 사실 수년의 시간이 녹아 있습니다. 그 시작은 작고 여린 커피나무 한 그루에서부터 시작되죠. 커피는 '커피 벼'라 불리는 붉은 체리 열매를 맺는 나무에서 수확됩니다. 주로 에티오피아, 브라질, 콜롬비아, 케냐 같은 적도 근처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며, 일정한 기온과 습도, 비옥한 화산 토양이 필수 조건입니다. 특히 해발 1,200m 이상 고도에서 자라는 커피는 향미가 뛰어나고 복합적인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커피나무는 보통 3년 이상 자라야 첫 수확이 가능하며, 본격적인 수확기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년에 한 번, 약 두세 달 정도 집중적으로 이뤄집니다. 체리의 색이 녹색에서 붉게 익어갈 때 수확 타이밍을 잡는데, 이때 잘 익은 열매만 손으로 하나씩 수확하는 방식은 품이 많이 들지만 품질이 뛰어난 원두 생산에 유리합니다. 반면 저렴한 대량 생산에서는 기계 수확이 사용되지만, 이 경우 덜 익은 체리까지 함께 수확되는 단점도 있습니다. 커피는 단순히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가 아니라, 농부들의 정성과 기후, 토양의 특성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자랄 수 있는 섬세한 작물입니다.
2. 수확된 커피 체리는 어떻게 가공될까요?
커피 체리를 수확한 뒤에는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생두는 과일 안에 들어있는 씨앗인데, 껍질과 과육을 제대로 분리하고 가공하지 않으면 발효가 지나치게 진행되거나, 곰팡이가 생길 위험도 있거든요. 그래서 커피 체리를 수확하면 몇 시간 내로 가공 공정이 시작됩니다.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워시드, 내추럴, 허니 프로세스 세 가지가 있어요. 워시드(Washed)는 체리의 껍질과 점액질을 모두 물로 제거하는 방식이라 깔끔하고 산미가 또렷한 커피를 만들 수 있어요. 내추럴(Natural)은 과육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말리는 방식인데, 과육의 당분이 씨앗에 스며들면서 단맛과 과일 향이 풍부한 커피가 되죠. 허니(Honey) 프로세스는 그 중간 형태로, 점액질 일부를 남긴 채 건조하는 방식입니다. 이건 균형 잡힌 바디감과 달콤한 향이 특징이에요. 지역이나 기후, 농장의 설비에 따라 어떤 가공 방식을 쓰는지는 달라지지만, 중요한 건 이 단계에서 커피의 기본적인 맛 성향이 거의 결정된다는 점이에요. 가공 과정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농부와 생산자의 판단력과 미세한 조절 능력이 필요한 정교한 작업이에요. 같은 품종이라도 가공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맛이 나기 때문에, 이 단계가 커피 품질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3. 생두는 어떻게 선별되고 보관될까요?
가공이 끝난 커피는 이제 생두 상태가 됩니다. 껍질이 제거된 씨앗, 즉 우리가 로스팅 전에 보는 녹색 원두가 바로 이 생두예요. 하지만 이 상태에서도 커피의 품질을 유지하려면 철저한 선별과 보관이 필요합니다. 먼저, 크기와 밀도를 기준으로 기계를 통해 1차 선별을 하고, 이후엔 사람의 손으로 이상 원두를 골라내는 핸드픽 과정이 이어지기도 해요. 곰팡이가 생겼거나, 깨졌거나, 벌레 먹은 원두는 맛을 해치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걸러내는 게 정말 중요하죠. 이렇게 선별된 생두는 건조 과정을 거칩니다. 평균적으로 수분 함량이 10~12%가 되도록 말려야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맛도 안정적으로 유지돼요. 햇볕 아래 널어 말리는 방식도 있고, 기계를 이용한 건조도 있습니다. 그다음엔 수출을 위해 큰 포대에 담겨 항구로 이동하고, 컨테이너에 실려 전 세계 로스터리나 카페로 향하죠. 이 과정에서도 통풍이 잘되고 습도가 낮은 환경을 유지해야 생두가 변질되지 않아요. 커피 한 잔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을 거치는지, 또 그 손들이 얼마나 정밀하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 평소 마시던 커피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예요.
4. 로스팅과 분쇄, 그리고 커피 한 잔으로 완성되기까지
전 세계 각지에서 선별되고 운송된 생두는 이제 로스팅이라는 가장 중요한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생두는 향도 맛도 거의 없기 때문에,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 커피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져요. 라이트 로스트는 산미가 강조되고, 다크 로스트는 쓴맛과 바디감이 강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로스터들은 원두의 품종, 수확 시기, 가공 방식에 따라 최적의 로스팅 포인트를 찾기 위해 수십 번의 테스트를 거치기도 해요. 로스팅이 끝난 후에는 일정 기간 동안 가스를 배출하는 ‘디개싱’ 과정을 거친 뒤, 본격적인 분쇄 단계로 넘어갑니다. 분쇄는 사용하는 추출 도구에 따라 입자 크기를 다르게 조절해야 해요. 에스프레소 머신, 드립, 프렌치프레스 등 각각에 맞는 분쇄도를 맞춰야만 맛이 살아나거든요. 마지막 단계는 패키징입니다. 산소와 습기를 차단할 수 있도록 질소 충전, 밸브 포장 같은 방식으로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하려는 노력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복잡한 단계를 모두 거쳐야 비로소 우리 손에 닿는 커피 한 잔이 완성돼요. 가볍게 들고 마시는 컵 속에도 농부, 로스터, 바리스타까지 수많은 사람의 손길과 시간이 깃들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오늘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질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