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윈난성, 커피를 생산하는 중국의 새로운 얼굴
많은 사람들은 중국을 커피 ‘소비국’으로 인식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은 커피 ‘생산국’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윈난성(Yunnan)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커피 생산국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고 있는 지역이에요. 윈난은 중국 남서부에 위치한 고산지대로, 평균 고도 1,200~1,800m, 연평균 기온 15~20도, 비옥한 적색 토양을 갖추고 있어 커피 재배에 매우 적합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로 로컬 소비를 위한 저가형 원두를 생산하던 지역이었지만, 최근에는 고급 아라비카 품종 중심으로 품질 향상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요. 중국 정부는 ‘지방 특화 작물’ 육성 전략의 일환으로 커피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여러 대형 커피 브랜드와 스타트업들도 윈난 지역 농장과 직접 계약을 맺어 품질 높은 생두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푸얼, 바오산, 멍하이 등 고지대 지역에서는 기존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 생산국 못지않은 고도와 기후를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원두 생산이 확산 중입니다. 실제로 윈난은 중국 전체 커피 생산량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면적은 매년 확대되고 있어요. 과거에는 '중국산 커피'에 대해 편견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세계 각국의 커피 바이어들이 윈난 생두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국제 대회에서도 점차 입상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단순히 소비시장을 키우는 것을 넘어, 생산국으로서 중국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2. 중국산 커피의 품질은 어느 수준일까? 커핑점수와 고도, 토양 분석
많은 소비자들은 “중국에서도 커피가 생산돼?”라고 묻곤 하지만, 실제로 윈난성의 커피는 품질 면에서도 점차 인정받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커핑 점수(Cupping Score)’입니다. 커피 품질은 일반적으로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기준에 따라 100점 만점 중 80점 이상이면 스페셜티로 분류되는데, 과거 중국 커피는 평균 75~78점대에 머무르던 반면 최근에는 82~84점대를 넘나드는 생두가 다수 등장하고 있어요. 특히 고도 1,500m 이상에서 재배된 아라비카 원두 중에는 85점 이상을 기록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품질 향상의 배경에는 철저한 가공 공정과 농장 관리 시스템이 있어요. 이전에는 수확 후 내추럴 방식 위주로 단순 건조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워시드, 허니, 애 누 에어빅 같은 정제 공정도 도입돼 향미의 폭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고산지대 특유의 큰 일교차와 풍부한 강수량, 미네랄 함량이 높은 적색 토양은 생두에 복합적인 산미와 클린컵을 부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또한, 중국 농업기술연구소와 민간 로스터리들이 협업하여 품종 연구, 커핑 교육, 생산자 직접 평가 등의 품질 개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에요. 이렇게 체계적인 접근이 윈난 커피의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중국에서 재배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어떤 고도에서 어떤 품종이 어떻게 가공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셈이죠. 품질 면에서 윈난은 더 이상 후발 주자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포지셔닝’을 제대로 시작한 생산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3.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 – 중국 커피 시장이 바꾸는 글로벌 원두 흐름
중국이 커피를 생산한다는 사실 자체도 놀랍지만, 더 중요한 건 이 변화가 앞으로 글로벌 원두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인구와 내수 시장을 가진 국가이면서 동시에 원두 수입국이기도 해요. 하지만 윈난성의 생산 확대는 수입 원두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내 프리미엄 생두 유통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큰 전환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윈난 커피를 사용하게 되면 브라질, 에티오피아, 콜롬비아와 같은 기존 수출국들과의 수요 경쟁이 벌어질 수 있고, 이는 글로벌 생두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특히 최근 몇 년간 중국 내 ‘중산층 홈카페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로컬 로스터리와 스페셜티 브랜드들이 윈난 생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 흐름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원두 공급처 다변화라는 구조적 변화의 시작일 수도 있어요.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 변화는 주목할 만합니다. 이제는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어느 나라 커피냐’가 아니라, ‘어떤 고도와 가공 방식으로 만든 원두냐’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윈난 커피는 아직까지 국내에는 생소할 수 있지만, 점차 국내 수입상들과 스페셜티 카페들에서도 취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앞으로는 ‘중국산 원두’라는 타이틀을 가진 커피가 단순히 특이한 경험이 아니라, 일상적인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커피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윈난은 그 흐름의 한복판에서 움직이고 있어요. 이 흐름을 일찍 이해한 소비자일수록, 더 폭넓은 커피 경험을 할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