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압력으로 추출하는 커피 – 에스프레소의 원리와 9 bar의 탄생
에스프레소는 ‘빠르게 추출한 커피’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짧은 시간 안에 진한 맛을 뽑아내는 것이 핵심이죠. 이걸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압력’입니다. 일반적인 드립 커피는 중력만으로 물이 원두를 통과하지만, 에스프레소는 기계 내부에서 강한 압력을 가해 물을 강제로 밀어내는 방식이에요. 이때 사용하는 표준 압력이 바로 9 bar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9 bar일까요? 그 기준은 20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이 상용화되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기의 수동 레버 머신들은 사람의 팔 힘으로 피스톤을 눌러 물을 추출했는데, 이때 만들어지는 평균 압력이 약 8~9 bar였어요. 이후 이 압력이 에스프레소 특유의 진하고 크레마가 풍부한 스타일을 만드는 데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현재까지 ‘9 bar’는 전 세계 에스프레소 머신의 기본 압력 표준이 됐습니다. 실제로 9 bar는 우리가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마시는 커피의 기준이기도 해요. 너무 낮은 압력에서는 크레마 형성이 어렵고, 너무 높은 압력에서는 쓴맛과 과다 추출이 발생할 수 있어요. 즉, 9 bar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수많은 실험과 경험을 통해 정리된 ‘맛의 기준값’이라고 볼 수 있죠. 요즘 나오는 고급 머신들은 압력 프로파일링 기능을 통해 9 bar에서 시작해 추출 후반부에는 6~7 bar로 자연스럽게 낮추기도 하는데, 이건 원두의 상태나 로스팅 강도에 따라 미세 조정을 하기 위함이에요. 하지만 그 중심은 여전히 ‘9 bar에서 시작한다’는 데 있습니다. 에스프레소는 물의 온도, 원두 양, 분쇄도 등 여러 요소가 맞아야 제대로 추출되는데, 그중에서도 압력은 향미를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예요. 그래서 커피 업계에서는 ‘9 bar는 단순한 기술적 기준이 아니라, 감각적 경험의 표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죠.
2. 9bar가 맛을 결정짓는다? 추출 압력과 수율, 향미의 상관관계
추출 압력이 커피 맛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수율(Extraction Yield)'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해요. 수율이란 원두에 포함된 고형물 중 실제로 물에 녹아 나온 성분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보통 18~22%의 수율이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죠. 그런데 이 수율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압력입니다. 에스프레소처럼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추출해야 하는 방식에서는 압력이 높아야 물이 원두 입자를 깊이 파고들 수 있어요. 일반적인 추출 조건에서 9 bar는 물이 커피 층 전체를 균일하게 통과하면서 적절한 속도로 향과 성분을 추출할 수 있는 최적의 압력으로 간주돼요. 만약 압력이 7 bar 이하로 낮아지면, 물이 저항을 제대로 받지 못해 일부 영역만 지나가면서 ‘채널링’ 현상이 생깁니다. 이 경우 특정 구간만 과추출되고 나머지는 덜 우러나서 맛의 밸런스가 망가질 수 있죠. 반대로 10 bar 이상으로 높아지면 커피 층 전체에 강한 저항이 걸려, 물이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 짧아지거나, 너무 천천히 흘러 과다 추출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이때는 쓴맛과 텁텁함이 두드러지게 됩니다. 실제 바리스타들은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 압력계와 수율 측정기를 함께 보며 미세 조정을 해요. 동일한 원두라도 로스팅 시기, 분쇄도, 도징(커피 양) 등에 따라 이상적인 추출 압력이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고급 머신에서는 '프리인퓨전(pre-infusion)'이라는 초기 저압 추출 과정을 넣어 크레마를 안정시키고, 후반부에는 압력을 낮춰 쓴맛을 억제하는 식의 세밀한 압력 조정도 이뤄져요. 이처럼 9 bar는 단순히 '딱 맞는 숫자'가 아니라, 수많은 추출 조건 중 맛의 균형을 만들어주는 중간 지점이에요. 결국 압력은 커피의 진하기뿐 아니라, 향미와 질감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요.
3. 머신별 압력 이해와 소비자를 위한 현실적인 선택 기준
지금까지 9bar의 과학적 의미와 맛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다면, 이제 실제 머신을 선택할 때 어떤 기준을 잡아야 할지 살펴볼 차례입니다. 시중에는 다양한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고, 스펙에도 '추출 압력'이 표기돼 있지만, 그 숫자만 보고 선택하면 오히려 실패할 수 있어요.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은 대부분의 가정용 머신이 ‘펌프 압력’ 기준으로 15~20 bar라고 적혀 있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이건 최대 출력값일 뿐, 실제 추출 시 커피 파우더에 가해지는 압력은 대부분 9 bar 전후입니다. 즉, 20 bar라 해서 2배 맛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계가 여유 있게 작동할 수 있는 최대치**를 의미하죠. 따라서 중요한 건 ‘안정적으로 9 bar를 유지할 수 있느냐’지, 숫자가 얼마나 높으냐가 아니에요. 반면 고급 머신이나 세미프로급 모델은 실제 추출 압력을 조정하거나, **프리인퓨전/압력 프로파일링 기능**이 탑재돼 있어요. 이런 기기들은 분쇄도, 원두 특성에 따라 압력 곡선을 조절할 수 있어 훨씬 정교한 추출이 가능하죠. 하지만 가격대도 높고, 세팅도 어렵기 때문에 홈카페 입문자에게는 부담일 수 있어요. 그래서 초보자라면 일단 ‘9 bar 고정형 머신’에서 시작해, 원두 상태와 분쇄도, 도징 등을 안정적으로 익힌 뒤, 나중에 압력 조절 기능이 있는 머신으로 넘어가는 방식이 추천됩니다. 또 하나, 수동 레버형 머신은 구조적으로 압력 조절이 가능하긴 하지만, 경험이 없으면 오히려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으니 처음엔 자동 펌프 방식이 더 유리해요. 결론적으로, 내가 어떤 커피 스타일을 원하는지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기능과 안정성을 가진 머신을 고르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괜히 ‘바 수치’에만 휘둘리기보다는, 커피 추출 전반의 균형을 얼마나 잘 잡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기억해 두세요.